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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빌스 리젝츠 (Devil's Rejects, 2005)

Rob Zombie의 신작인 'Devil's Rejects'를 보게 되었다. 일단 영화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잠깐 감독인 Rob Zombie의 이야기를 하기로 하자. 밴드 White Zombie에서 솔로로 이어지는 그의 뮤지션 경력에서 그의 음악적 소재는 항상 호러물이었다. 그의 이름, 노래 제목, 가사, 분위기, 분장 등에서 이러한 그의 성향은 다분히 드러났었다. 그리고 그는 직접 다른 뮤지션들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면서, 음악 뿐 아니라 영상물에 대한 관심도 상당하다는 것을 보여왔다. 그렇기에 공포영화 감독으로 변신한 그의 모습이 그렇게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그는 솔로로 독립해서 괜찮은 테크노 메탈(막 갖다 붙인 거다. 어디 가서 써먹으면 큰일남. ..) 성향의 앨범들을 발매하며 성공 가도를 걷고 있었고, 미국 최고의 메탈 페스티발 오즈페스트의 상징인 오지 오스본의 총애까지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이런 선택은 단순히 돈을 노린 것은 아닐 것이다. 음악에 전념했어도 그는 충분히 많은 돈을 만질 수 있었다. (이미 많이 벌기도 했고.) 그는 그 정도로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가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것만큼 영화 감독으로서의 재능 또한 갖추고 있는 것일까?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대답하겠다. 그는 분명 영화에 재능이 있다. 그 이유를 지금부터 이 리뷰를 통하여 풀어보도록 하겠다. Rob Zombie의 처녀작, 'House Of 1000 Corpses'는 최근 슬레셔 영화들이 겪고 있는 매너리즘을 극복할 요소를 지니고 있었다.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들인 살인마 가족들이 그 요소이다. 새로운 캐릭터의 부재로 재탕이나 일삼고 있는 최근의 슬레셔 영화계에, 그가 새로 창조해낸 이 캐릭터들은 분명 공포영화를 좋아하는 관객들을 유혹할 만큼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삐에로 분장을 한 똘끼 다분한 살인마 아빠, 맛이 간 전직 창녀 출신의 살인마 엄마, 미친 짓만 일삼으며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살인마 아들내미, 귀엽게 생겼으나 역시 제 정신이 아닌 싸이코 딸내미, 본작에선 자주 등장하지 않지만 레더페이스와 맞먹는 면상을 소유한 2미터는 족히 넘을법한 막내까지. 한적한 시골에서 거주하는 이들은 희생자들을 집안으로 유인하여 잔인하게 고문하고 죽인다. 희생자들을 고문하면서 사진 찍어서 앨범도 만들어놓고, 시체를 토막내서 냉장고에 넣어두는 등 아주 극악무도한 가족이다.

전작 'House Of 1000 Corpses'는 단순히 이 살인마 가족이 희생자들을 죽이는 단순한 내용, 랍좀비의 경험 부족 등의 이유로 영화가 다소 지루한 감이 있었다. 그러나 전작과 연결되는 이번 후속작은 아주 많이 발전한 모습을 보여준다. 일단 기존 슬레셔 영화들의 스토리를 뒤집는 중심 스토리를 예로 들수 있다. 'Devil's Rejects'에서 살인마 가족은 뭣도 모르고 자기 동네 보안관의 형제를 잔인하게 죽이게 되고, 그들이 괴롭혔던 수많은 희생자들과 같은 입장에 처하게 된다. 정신 나간 보안관이 그들의 뒤를 쫓고 그들을 붙잡아 고문하는 것이다. 단순히 살인자가 희생자를 쫓아 괴롭히고 죽이던 기존 슬레셔 영화의 공식을 뒤집은 것이다. 이제 악의 화신이던 살인마들은 사냥감이 되고, 정의심과 복수심에 불타는 보안관이 사냥자가 되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보안관에 쫓기며 여기저기 도망다니는 동안 살인마 가족은 아주 충실하게 자신들의 본분을 수행한다. 별 상관없는 사람들을 붙잡아다 협박하고, 고문하고, 괴롭히고, 죽여버린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명장면들도 영화 안에 다수 존재한다. (차에 치어서 죽는 희생자 같은 경우가 아주 좋은 예이다. ..)

또한 감독 Rob Zombie는 뮤직비디오 감독 시절의 경험을 영화에서 아주 잘 사용하고 있다. 몇몇 장면들에서 뮤직비디오처럼 영화의 소리가 전혀 나오지 않고 음악만이 흐르는 장면들이 있는데, 컨트리풍의 음악을 이용한 이러한 장면들은 영화의 분위기와 음악이 어울리지 않을것 같지만, 막상 보게 되면 아주 절묘하게 잘 어울림을 느끼게 되는 굉장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Lynyrd Skynyrd의 'Free Bird'가 흐르는 장면에선, 여느 슬레셔 영화들이 마지막에 보여주는 고리타분한 비장함(죽은줄 알았던 살인마가 갑자기 짠하는 음악과 등장하며 후속작을 예견하는 뻔하디 뻔한 장면들!)과는 격이 다른 비장함을 보여준다. 이 뮤직비디오 같은 장면들 덕분에,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긴 뮤직비디오를 한편 감상한 느낌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슬레셔 영화를 즐겨보지 않은 사람이면 전혀 감탄할수 없는 중심 스토리, 그리고 이 중심 스토리와는 별 상관없는 장면들에 인해, 영화는 보는 사람에 따라 별 내용 없는 영화처럼 느껴질수 있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다. 또한 살인마 가족의 똘끼 다분한 만행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과 동화되어 즐거움을 느끼기 보다는 너무 미친 인간들이라 난해함마저 느껴지는 구석이 있다. 그렇다고 텍사스 전기톱 살인마에서처럼 희생자들의 공포가 절실하게 다가오는 무언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와 같은 단점들은 여전히 감독 Rob Zombie가 풀어야 하는 숙제로 남아있다. 하지만 슬레셔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이 영화는 분명 즐겁게 관람할수 있는 작품이다.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구해서 보면 옳을듯. 더불어 Rob Zombie에게 개인적인 바램이 있다면, 그의 음악도 훌륭하지만 메탈계보다는 슬레셔계가 더 절박하니 뮤지션보다는 영화 감독으로서의 재능을 앞으로도 계속 펼쳐줬으면 한다. 두 우물 힘겹게 다 파다가 자폭하지 말길!

- 영화에서 살인마 가족 중 딸내미로 분한 Sherri Moon Zombie는 Rob Zombie의 실제 부인이다. 극중 역할과 실제 성격이 겹치지만 않는다면 참으로 부럽다. ..

by 파괴미학 | 2006/01/04 08:37 | 즐거운 낙서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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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Delusion Lab.. at 2007/01/29 16:41

제목 : 데블스 리젝트 [The Devil's Rejects]
Rob Zombie 자신의 음악을 통해서 B급 호러 영화에 대한 강한 애정을 꾸준히 보여주던 롭 좀비. B급 호러에 대한 집착을 제외해도 힘이 넘치고 그루브한 롭 좀비표 Nu-Metal은 꽤나 매력이 있었다. 그런 그가 2003년 직접 B급 호러 영화를 만든다고 했다. House Of 1000 Corpses. 국내에서는 '살인마 가족'이라고도 하는 영화가 그것이다. 꾸준히 B급 호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던 그가 직접 만든 이 영화에 나......more

Commented by 시체 at 2006/01/05 09:08
House Of 1000 Corpses 재밌게 봤었는데. 이것도 꼭 봐야겠네요 !
Commented by DS   at 2006/01/05 12:09
으음, 그래도 슬래셔 무비라면 랍옹 음악할때만큼의 부,명성은 못 주겠네요...그래도 자기가 원했던 일이라면, 멋집니다 ;ㅁ;
레너드 스키너드의 음악을 깐건 정말 괜찮은 센스 같군요 !ㅋㅋ
Commented by sleepnot at 2006/01/07 08:16
지가 메탈은 할만큼 했으니까 앞으로는 영화만 찍는다고 그랬음..
Commented by 파괴미학 at 2006/01/07 08:31
시체/ 전작 재밌게 보셨으면 이번건 더 재밌으실 꺼에요.

DS/ 모르죠. 영화 또 대박 나면 음반보다 훨씬 짭짤할테니까. 근데 부와 명성 생각했으면 공포 영화 감독으로 전향하지도 않았을 꺼에요.

sleepnot/ 현명한 선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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