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03월 08일
리드머에 남긴 하드코어 펑크에 대한 낙서

한달쯤 전에 자주 가는 흑인음악 싸이트에 하드코어 펑크 이야기가 나와서 반가워서 리플을 달았다. 즉흥적으로 써서 빠진 내용이 너무나 많지만 그냥 냅두기엔 아까워서 블로그에 남겨둔다.
원문 주소 : http://board.rhythmer.net/src/magazine/feature/view.php?n=4380&p=2
흉터 (2011-02-10 09:35:00, 180.67.214.***)
힙합만 즐기는 분들은 아직도 뉴메탈을 하드코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던데, euronymous님이 굉장히 좋은 댓글을 달아주셨군요.
위에 말씀하신 것들 중에 제가 아는 한도내에서 몇 가지만 추가하고 바로 잡겠습니다.
보통 락 음악에서 말하는 하드코어 자체가 하드코어 펑크의 약자에요. 70년대에 영국에서 폭발한 펑크락은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에 더욱 강력한 형태로 영국과 미국에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DIY(공연이나 음반 판매와 같이 씬을 꾸리는 일을 그 음악의 주체가 되는 사람들이 직접 해나가는 것을 말함)를 통해 언더그라운드에서 태동하고 발전해나간 이 음악의 주무대는 미국이었고, 미국 전역에서 엄청나게 많은 밴드들이 등장하지요. 가장 큰 씬들은 뉴욕과 캘리포니아에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은 레이건 시대를 맞아서 빈부격차가 폭발하고, 말도 안 되게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사회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었는데요. 치안 문제도 심각해서 빈민가에 사는 사람들은 서로 뭉쳐서 무리를 이루지 않는 이상, 거리에 나다닐 수도 없었다고 합니다. 빈민가에 사는 흑인들이 그랬듯, 그들도 경찰의 보호를 받을 수 없었고요. 괜히 몸수색을 당하고 곤봉으로 얻어 맞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고 하더군요. 이런 것들에 불만을 갖고 폭발한게 하드코어 펑크라는 음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훌륭한 밴드는 많지만, 좋아하는 밴드만 좀 나열해 보겠습니다. Bad Brains, Minor Threat, Dead Kennedys, Circle Jerks, Black Flag, Agnostic Front, Suicidal Tendencies 등등.
말씀하신 스트레잇 엣지는 음악 장르가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입니다. 마이너 쓰릿(Minor Threat)의 이언 맥케이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이 라이프 스타일은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요.
1. 긍정적인 사고 방식을 갖고 긍정적으로 행동한다.
2. 마약, 흡연, 음주를 멀리 한다.
3. 섹스는 사랑하는 사람하고만 한다.
이 라이프 스타일이 탄생한 이유는 80년대 초의 미국 하드코어 펑크 씬이 엄청나게 난잡했기 때문입니다. 펑크 씬의 난잡한 이들이 폭력, 마약, 섹스로 씬을 얼룩지게 하자 이를 정화시킬 필요성을 이언 맥케이는 느끼게 된 거죠. 그래서 그것을 자신의 밴드인 Minor Threat의 가사로 담아내게 됩니다. (그러고보니 KRS-One이 진짜 MC는 범죄에 관한 랩이 아니라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랩을 한다는 메시지를 설파한 것과도 좀 비슷하군요.) 그들의 노래 ‘In My Eyes'나 ’Straight Edge‘ 등에 이 부분이 잘 나타나 있고요. sXe 특유의 긍정적인 정서는 Bad Brains의 영향도 큽니다. 이 부분은 그들의 노래 'Attitude'를 참고하세요.
스트레잇 엣지에 채식이 추가되면 베간 엣지라는 라이프 스타일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베간들이 갖고 있는 태도도 추가되지요. 동물학대 반대의 입장에서 채식을 하는 뭐 그런 것들을 이야기 합니다. 위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모든 엣지들이 베간인 것은 아니고요.
말씀하신 엣지들의 하드코어 펑크는 유쓰 크루(Youth Crew)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Youth Of Today, Bold, Chain Of Strength 등의 밴드가 대표적인 밴드지요. 80년대 후반 뉴욕에서 활발하게 시작된 하드코어 펑크의 한 장르로, 엣지들하고 아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음악입니다.
스트레잇 엣지들이 자신과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면 끼워주지 않았다는 것은 좀 잘 못 알려진 이야기인데요. 뉴욕의 하드코어 펑크 씬은 떡대 좋은 스킨헤드던, 하드코어 떡(Thug)이던, 스트레잇 엣지던 형제애로 똘똘 뭉쳐 있는 집단이었습니다. 유쓰 크루 시대의 대표적인 밴드인 Warzone의 멤버 레이비즈(R.I.P)도 스킨헤드였던 사람이고요.
서로 편을 가르게 된건 이 라이프 스타일이 여러 지역에 퍼져 나가면서 생긴 현상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펑크락과 연결된 라이프 스타일은 스킨헤드, 펑쓰, 스트레잇 엣지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극단적인 성향을 띠고 있을수록 서로 어울리지 못 하게 되는데요. 극우에 심지어 나찌즘까지 수용하게 되는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입니다. 반대로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별 문제 없이 같이 섞일 수 있고요. 뉴욕 하드코어 씬의 대부인 Agnostic Front가 CBGB에서 한 마지막 라이브 DVD를 보면 공연장 안에 펑쓰, 스킨헤드, 엣지, 하드코어 떡(Thug) 할 것 없이 서로 모여서 놀고 있는 현장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또 모든 펑크 락커들이 겉멋만 들어서 여자나 꼬시려고 하는건 아니고요. 따지고 보면 위에서 말한 이언 맥케이도 펑쓰의 성향(부조리에 저항하는 것)을 다분히 갖고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물론 생각 없는 사람들도 많이 있어 왔지만요.
하드코어 펑크가 백인만의 정서를 담은 음악이라는 것도 오해입니다. Bad Brains 멤버들은 전부 다 흑인이었지요. 자메이카 이민자 출신인 이 형들의 하드코어 펑크에는 레게나 째즈, 훵크같은 음악들도 담겨 있습니다. 뉴욕 씬에는 정말 다양한 인종이 어울려 있죠. 쿠바 이민자를 포함한 남미 사람, 중국계 아시아인, 런던에서 이주해온 백인까지.
힙합과 아주 직접적으로 연결된 하드코어 펑크는 메탈코어의 조상이 되는 NYHC(New York Hardcore)의 밴드들을 들어보시면 됩니다. Madball, 25 Ta Life, Skarhead같은 밴드들이 그렇고요.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형들은 빈민가에서 자라면서 거칠게 살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빈민가에서 자라난 흑인들의 랩에 공감가는 것이 많았을 겁니다. 그래서 힙합을 하드코어 펑크에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특유의 그루브를 만들게 된 거고요. 이 밴드들에 영향을 받고 메탈을 좀 더 적극적으로 수용해와서 탄생한게 메탈코어입니다.
하드코어 펑크는 30년동안 언더그라운드에서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대로 해나가면서 발전했기 때문에 정말 엄청나게 다양한 하위 장르를 갖고 있습니다. Metalcore, Crossover Thrash, Hardcore Thrash, Youth Crew, Crust, Grindcore, 초창기 하드코어 펑크 등. 전 세계 곳곳에 퍼져 있기도 하고요. 일본과 스웨덴, 브라질과 독일 등은 미국이나 영국에도 꿇리지 않는 역사와 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도 씬이 있고요. 홍대, 부산, 대구, 청주, 제주도 등등.
모두 얘기하려면 정말 끝도 없을테니 얘기는 이 정도로 줄이겠습니다. 하드코어 펑크를 통해 인생이 바뀐 사람으로서 제대로 된 하드코어 펑크 얘기가 나온 이상 그냥 넘어갈 수가 없더라고요.
덧. 아, 그리고 칼럼 잘 읽었습니다! 전 힙합을 포함한 흑인음악도 사랑합니다. 리드머에 늘 들리는 사람이에요.
흉터 (2011-02-10 14:49:45, 180.67.214.***)
스트레잇 엣지는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보시는 편이 맞을꺼 같습니다. 펑크락 장르 중에 라이프 스타일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음악들이 있는데요. 그 라이프 스타일이 중심이 되어서 탄생시키고 이끌어온 음악이라고 해야 되나. 예를 들면..
펑쓰 - UK 82
스킨헤드 - Oi!
스트레잇 엣지 - 유쓰 크루
이런 식입니다. 앞에 말한 라이프 스타일들은 다 중심이 되는 삶의 태도, 자신들만의 패션, 상징같은 것들을 갖고 있고요. 그리고 위에서 나열한 것처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펑크락 장르들이 있습니다. 그런지에는 라이프 스타일이라고 할만한게 딱히 없잖아요. 펑크락만큼 라이프 스타일과 음악이 뚜렷하게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음악은 거의 없습니다. 펑크락 외에 제가 아는건 히피 정도?
스트레잇 엣지들 자체가 씬에서 크게 대두된게 80년대 후반 뉴욕에서 유쓰 크루 하드코어가 등장하면서부터였는데요. 이 때는 엣지들이 누구를 씬에 끼워주고 빼고 이럴 수가 없는게 이 친구들이 다 어렸습니다. 아마 10대 후반 정도였을 거에요. Warzone이나 Agnostic Front처럼 뉴욕 씬에 이미 80년대 초반부터 해왔던 형들이 있는데, '너희는 엣지 아니니까 끼지 마' 이럴 수가 없었겠죠. 당연히 그 형들한테 본인들도 다 영향을 받았고요.
그리고 Sick Of It All이나 Warzone같은 경우는 유쓰 크루 시대에 전성기를 보낸 밴드들이고, 스트레잇 엣지 친구들이랑 같이 씬을 꾸렸지만 이 형들은 엣지가 아니었습니다. 만약 엣지들이 엣지가 아니란 이유로 씬에 끼워주지 않았다면 Sick Of It All도 왕따를 당했겠죠. 물론 실제로는 형제애로 똘똘 뭉쳐 있었고요. 같이 씬을 꾸려 갔죠. 이건 초창기 유쓰 크루 명반들이 모두 나오다시피 한 레벨레이션 레코즈의 디스코그라피를 확인하셔도 알 수 있습니다. 아래 컴필레이션 트랙리스트를 참고하세요.
http://www.revelationrecords.com/release/195
사실 무언가를 지켜야 하는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을 무조건 배척해야 되는건 아닙니다. 처음부터 엣지라면 그래야 된다는 법칙같은게 있었던 건 아니거든요. 위에서 얘기했듯이 엣지들 중에 심하게 배타적인 사람들이 생겨난건 sXe가 여러 지역에 퍼지고 시간이 지나면서 변질된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 그리고 백인 정서 부분은 제가 오해를 했군요.
리드머에서 이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분을 만나서 저도 반가웠습니다. 전 7년 정도 전에 하드코어 펑크를 제대로 접하고 거기서 느낀 것들을 삶에 적용시키면서 살고 있어요. 그게 아니었으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겁니다.
덕분에 다시 예전에 듣던 음반들을 꺼내 듣고 있습니다. 감사하네요.
덧. 나중에 공연장에서 뵐 수 있으면 좋겠군요!
# by | 2011/03/08 16:45 | 즐거운 낙서 | 트랙백 | 덧글(0)









